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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산책로 같은 등산로가 정겨운 곳, 슬기봉 (465m) - 안산선 대야미역
  • 등록자관리자
  • 등록일2010.07.09
  • 조회수957

 

수리산이나 수리봉이라는 산 이름은 전국 각처에 많이 있다. 산의 형세가 날짐승인 수리를 닮았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대야미역의 수리산 이름도 산본이나 군포에서 바라봤을 때 산세가 비상(飛翔)하는 독수리처럼 보였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자로 修理山이라고 되어있어 뭔가 격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수리산의 한 부분을 이루는 슬기봉(465m)을 안산선의 대야미역에서 오른다.

 

거창 중앙고 동창생들이 오늘 전철산행의 주인공들이다. 김영호(서울전자통신), 한수자(서울여성병원)씨는 그때의 동창관계가 현재의 부부관계가 되어 한 교정에서가 아니라 한 집안에서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또 신정애(GS홈쇼핑), 방순자(화랑역사교실)씨도 학창시절 그때처럼 자주 만나며 인생의 대소사를 함께 나누는, 농익은 술과 같은 막역한 사이인데 그런 동창생들끼리 모처럼 날을 잡아 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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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미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앞에 등산안내도가 서있고 길 건너의 편의점 앞을 지나 대야문화센터를 거쳐 우측으로 산길이 연결된다. 비온 뒤라 더욱 상큼한 숲속의 기운이 느껴진다. 숲속에 들어서자마자 길을 막고 길게 누워있는 나무가 눈길을 끈다. 아직은 뿌리가 살아있는데 약간은 머리를 숙여 그 쓰러진 나무 아래를 통과해야 한다.

 

5분 정도 더 가면 갈치저수지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용진사와 슬기봉은 우측 방면이다. 곧 나타나는 왼쪽의 남새밭에서 물기를 머금은 상추며 고추가 고향 맛을 느끼게 해준다. 서너 명이 함께 정담을 나누며 걷기에 좋은 길인데 간밤에 내린 비 때문에 약간 축축해진 발밑의 느낌이 한층 더 오늘의 산행을 즐겁게 해준다. 호젓한 산길은 산책로 같은 등산로다.

 

밤에 비를 흠뻑 맞은 좌우의 큰 나무들은 더욱 싱싱하게 오전 햇살을 즐기고 있다. 앞에 나타나는 열린 철문은 누구라도 통과할 수 있는 문이다. 길섶에는 산딸기가 많이 자라는데 때 맞춰 온다면 산딸기를 따 먹는 호사(豪奢)를 누릴 예쁜 길이다.

 

14-2.jpg 산딸기가 지천인 곳을 지나자 삼거리가 나온다. 대야미역에서 1.3km 거리인데 용진사가 2.3km 남았다는 표시가 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수리산역에서 올라오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나타난다. 모두들 수리봉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10여분을 더 가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오는데 쑥고개쉼터라는 곳이다. 이곳에서 속달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맨발로도 걸을 수 있는 좋은 길이다.

 

하지만 이곳부터 급경사가 시작되기도 한다. 산행길이나 인생길이나 어찌 순탄한 길만 있으랴. 군부대길이라는 능선은 등산화에 닳아 나무뿌리까지 드러나 보인다. 경사도 심해 초보자들은 상기된 얼굴로 학학거리며 올라야 하는 길이지만 가끔씩 쉬며 바라보는 숲 깊은 산의 멋있는 경치가 압권(壓卷)이다.

 

전망대를 지나 계속 나무계단을 오르면 슬기봉에 도착할 수 있다. 슬기봉에서 수암봉은 1.8km 거리인데, 수암봉의 북사면 쪽으로 나무계단을 만들어서 등산객들을 유도하고 있다. 우측의 태을봉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고 또 수암봉과의 사이에 있는 외곽순환국도가 내려다보인다.

 

나무계단을 다 통과하면 넓은 길이 나온다. 숲에 가렸던 하늘도 보이는 곳이다. 길 따라 조금 가면 공터가 나오는데 정자도 있고 중식자리로 활용할 만한 자리다. 찻길을 따라 밑으로 가면 송지골로 갈 수 있고 정자 옆의 숲길로 들어서면 울창한 숲에 가려 주위가 어두워진다.

 

10여분 가자 누군가가 쌓아놓은 돌무더기도 보인다. 수암봉 이정표만 따라가면 되는 길이다. 철조망만 따라가면 되는데 아카시아와 소나무가 많다. 안산시로 빠지는 길도 나온다. 곧장 가면 수암봉으로 가는 길인데 수암봉 가기 전에 넓은 헬기장이 나타난다. 안산골재라는 곳이다. 헬기장에서는 수암봉을 전망하기 좋은데 넓은 곳이라 여기저기에서 도시락을 먹는 등산객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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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을 나와 안산골재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자 눈 맛이 무척 좋은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들어간다. 천지신명 비석 위라는 간판과 벤치가 있는 곳에서 우측의 나무숲 사이로 내려가자 물소리가 들린다. 오늘 산행하면서 처음 듣는 물소리다. 계곡물에 손을 담그면 1분도 안 되어 꺼내야 할 만큼 차가운 물이다. 그런 계곡을 다 내려오면 천지신명 비와 제단 그리고 정자가 보인다.

 

제3산림욕장 입구다. 정자에서 나와 계곡 옆에 있는 개망초와 애기똥풀 또 오디나무와 은행나무 구경을 하며 20분 정도 가면 외곽순환도로 아래다. 다시 좌우측의 이런저런 식당을 구경하면서 조금 더 가면 병목안공원 옆에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삼거리에 있는 슈퍼 앞에서 안양역이나 인덕원 금정역 방면으로 가는 마을버스가 자주 있다.

 

[주요코스] 대야미역-쑥고개 5거리-슬기봉-안산골재-천지신명 비-천주교성지-병목안삼거리 3시간 30분 소요

글·사진 최두열 국토해양부 철도특별사법경찰 <기찻길에 얽힌 사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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