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SR, 수서광주선 사업권 두고 물밑 신경전
2030년 개통, 수서發 중부내륙·중앙·경강선 운행
"4X4 준고속철도망서 '수서고속철도'와 같은 역할"
SR, 간선망 사업영역 확장...수서광주선이 발판
코레일, 수서고속鐵 쓰라린 경험...사업권 지킬 것

수서역 SRT 탑승구 모습. 자료사진. / 철도경제
5년 후 개통할 예정인 수서광주선 운영권을 두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코레일은 2013년 수서고속철도 운영권을 갖지 못했던 속쓰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단 방침이다. SR은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수서광주선 운영권을 확보하겠단 구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수서광주선은 막바지 실시설계를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사를 시작해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잡고 있다.
사업비 1조 1233억 원을 투입해 총 연장 19.4km의 복선전철을 신설·개량하는 재정사업이다. 2023년 2월 국토부에서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수서-모란-삼동 구간(약 14km)은 철도를 새로 놓는다. 삼동역에서 수서광주선과 경강선이 만난다. 기존 경강선인 삼동-경기광주역 구간(약 5km)도 일부 개량해 간선철도 기능을 높인다.
구간이 길지 않은데, 운영기관에서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다. 이 철도가 '4X4 준고속철도망'에서 사실상 '제2의 수서고속철도'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서고속철도 운영권은 SR만 갖고 있다. 코레일은 이 구간의 운영권이 없다.
수서고속철도는 강남 등 서울 동남권과 분당, 판교, 동탄 등 경기 동부권 수요를 흡수하는 '황금 노선'으로 손꼽힌다.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만성적인 '좌석난'을 겪자 2023년 SR은 신규 고속열차 14개 편성을 발주한 상태다.
현재 SRT가 수서역을 기점으로 수서고속선를 지나 경부고속선과 호남고속선을 이용해 부산, 광주 등으로 향한다. 지난 2023년 9월 SR은 전라선, 경전선, 동해선 사업권도 얻어 여수엑스포, 진주, 포항행 SRT도 운행하고 있다.
"SR서 수서광주선 사업권 확보 …간선網 경쟁체제 본격화"
SR 입장에선 수서광주선 운영권을 가지게 될 경우, 시속 250km급 준고속선으로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하는 발판을 만들게 된다.
수서에서 출발해 경기광주를 지나 부발-충주-김천-진주-거제로 이어지는 중부내륙선축, 여주-서원주-강릉 간 경강선축, 여주-서원주-안동-경주-태화강-부전으로 이어지는 중앙선축 노선을 모두 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권으로 시작한 SR이 수서광주선을 중심으로 수서발 중부내륙선, 중앙선, 경강선 일반철도 운영권도 가지게 되는 셈이다.
SR이 지난해 10월, 기재부·국토부에 제출한 '중장기 경영목표(2025~2029)'에 따르면 수서광주선 개통과 운영권 확보 등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2028년 계획에 "수서광주 복선전철 연계 철도망 구축 및 남부내륙선 건설에 따른 추가 운영노선 확대 기반 마련", "강릉선, 중부내륙선 등 노선 연계를 통한 SRT 신규노선 확대 운영 검토 및 준비"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수서광주선 등 영업범위 및 사업장 확대에 따른 안전공학 전공자 등 전문인력을 확보해 안전관리 역량을 높이겠단 계획도 있다. 다만, 열차 추가 도입 계획까진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운행 구간이 시속 200~250km급 간선철도라면, 시속 300km 이상 속력을 내는 SRT를 투입하는게 비효율적"이라며 "SR이 수서광주선 운영권을 가지려면, KTX-이음(EMU-260)과 같은 열차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 "수서發 KTX-이음 강남접근성↑...양보 못해"

충주역에서 판교역으로 출발한 KTX-이음. 수서광주선이 개통되면 중부내륙선에서도 수서행 열차가 다니게 된다. / 철도경제
현재 코레일은 판교발 중부내륙선, 서울·청량리발 중앙선과 경강(강릉·동해)선 열차를 운영하고 있는데, 수서발 사업권을 반드시 지키겠단 입장이다.
코레일은 이미 수서광주선 개통에 대비해 시속 260km까지 달릴 수 있는 KTX-이음 도입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수서광주선 12개 편성, 강릉제진선(수서발) 1편성 등 13개 편성으로, 이들 물량을 포함해 내년 하반기 KTX-이음 22개 편성, 132칸을 발주할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부발-충주 간 중부내륙선은 개통 후 승객이 너무 없었는데, 판교로 연장 운행하면서 그나마 늘었다"며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수서발 중부내륙선 열차가 다니기 시작히고 추후 김천, 진주, 거제까지 이어지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강릉·동해행 열차도 승객이 많지만 청량리-망우 간 선로 병목현상 때문에 운행 횟수를 더 늘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수서광주선을 이용해 수서발 강릉행, 안동·부전행 열차가 생기면, 수서역으로 수요를 분산시키고, 승객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서역 SRT 승강장 내부모습. 지난 2023냔 9월부터 SR이 전라, 동해, 경전선 운송면허를 받으면서 이 노선에 SRT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안내판에 '부산ㆍ포항ㆍ진주ㆍ목포ㆍ여수EXPO' 등 행선지가 표기돼 있다. / 철도경제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서발 중부내륙, 중앙, 경강선 노선이 수서고속철도만큼 큰 수익을 가져다 주진 못할 것이고, 오히려 개통 후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SR이 그간 수서역 기점 운영사로서 입지를 굳혀 왔는데 장기적으로 일반철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선 수서광주선 운영권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반면, 코레일은 강남 접근성이 높아 이동 수요를 끌어 들일 수 있는 수서광주선 운영권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토부 철도운영과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철도 노선 운영사를 공개 경쟁 모집할 수도 있다"며 "다만 수서광주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국토부 내부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이 무조건 고속·일반철도 등 국가철도망 운영권을 갖는건 아니다. 소유권은 정부에게 있고 철도사업법에 따라 운영권을 복수의 운영사에게 줄 수도 있다. 운영권을 받은 철도운영사는 국가에 일종의 통행료와 같은 '선로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국가철도 노선 면허 발급 등은 국토부가 관리한다.
/ 장병극 기자
[출처 : 철도경제신문(https://www.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