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본부장 "신형 고속車 국산화율 90%... 해외진출, 韓 철도산업 같이 살 길"
우즈벡 EMU-250 수출, 해외서 고속차량 '실적' 확보
국내 산업 생태계 열악, 해외 진출로 '상생' 물꼬 터
차량부품 해외 의존 위험…연구개발부터 국내社 참여
해외서 국산 철도시스템 장점 부각 "발주처 설득 노력"
글로벌 철도기업과 경쟁, 유럽 철도기술기준 인증받아
해외 철도사업 '패키지' 발주 대세 "종합 솔루션 제공해야"
수소 鐵車 개발 속도, 보조금 지급·법적 기술기준 필요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본부장. 2025.6.19 / 철도경제
현대로템이 글로벌 철도시장 진출에 승부수를 띄웠다. 국내 철도산업은 규모가 너무 작다. 국가 간선철도망 총 연장은 약 5000km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만 바라보다간 현대로템뿐만 아니라 300여개 철도부품 협력사의 미래도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 시속 250km급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을 첫 수출했다. KTX 개통 20년 만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실적'이 중요하다. 업계에선 국내 철도산업계가 살아 남을 수 있는 물꼬를 텄다고 평가한다.
대규모 해외 철도사업에서 철도차량 제작·공급뿐만 아니라 열차제어시스템, 유지보수(O&M) 등이 결합된 솔루션을 제공해야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현대로템은 철도시스템과 유지보수 역량을 확보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로템에선 철도 모빌리티 에너지 생태계를 바꿔나갈 실마리를 수소에서 찾았다. 원천 에너지가 친환경적이어야만 철도가 진정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단 확신에서다.
<철도경제신문>은 지난 19일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을 만나 현대로템이 내세울 수 있는 철도사업의 차별성과 전략 등을 들어봤다.
세계 정세 급변, '서플라이 체인' 중요…국산 부품 안정적 수급

김정훈 현대로템레일솔루션본부장. 2025.6.19 / 철도경제
현대로템이 제작한 시속 320km급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인 'KTX-청룡(EMU-320)'이 지난해 5월부터 첫 운행을 시작했다.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은 향후 우리 철도에서 주력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MU-320의 국산화율은 약 90% 수준. 국내에서 공급받기 어려운 일부 부품을 빼곤 대부분 국산 제품을 쓰고 있다. 나머지 10%는 국내에서 기술이 없다기 보단, 수요가 많지 않아 생산을 중단한 부품들인데 이러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부품을 사와야 한다.
김정훈 본부장은 "고속철도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가 해외 기술을 들여와서 배웠고, 이후 국산화해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이 고속차량 개발을 위한 국책 연구과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요 부품은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술·부품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국내 부품 업체들과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속차량을 수주받아 납품하거나, 해외에 진출할 때 현대로템만 수혜를 받는게 아니다"며 "결과적으로 국내 철도차량 부품 업체들에게도 골고루 이익을 얻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계 정세에 변수가 생길 때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 Supply Chain)'이 중요한데, 국내 부품을 사용할 경우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코로나19때 해외에서 들여오는 철도차량 부품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완성차 납품이 지연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김 본부장은 "부품을 해외 기술이나 특정 업체에 의존한다는게 위험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당시 국내에서 생산되는 부품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납품이 이뤄지면서 차량 제작 공정에 크게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데, 결국 국산 부품을 사용하는게 철도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 철도시장에 진출할 때 '코리아 원팀'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
김 본부장은 "국내 주요 부품사들과 함께 코리아 원팀을 구성해 해외로 나가게 되면, 해당 국가에서도 더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발주처들이 기존에 주로 써왔던 유럽산 부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은데, 현대로템이 국산 시스템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다"며 "국내 부품이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외 발주처를 설득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철도차량 산업계의 최대 성과로 손꼽히는 '우즈베키스탄 고속차량 수출'도 일회성 프로젝트로 그치면 안된다는게 김정훈 본부장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현대로템은 국내 철도산업계와 '같이' 해외로 나가겠단 목표가 분명하다.
김정훈 본부장은 "우즈베키스탄에 고속차량을 첫 수출한 성과도 현대로템만 노력해서 이뤄낸 것이 아니라, 국내 철도산업계 모두가 합심해 기술을 개발하고 경험을 축적해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즈베키스탄 수출 성과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 해외로 시장을 계속 넓혀 나가야만 우리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로템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경험, 기술을 가지고 국내 철도산업계와 함께 기회를 만들어 간다면,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중국과 경쟁, 우즈벡 고속車 첫 수출…"韓 철도산업 '합심'한 결과"

지난 18일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하는 시속 250km급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2025.6.18 / 사진=현대로템
우즈베키스탄에는 이미 2011년에 스페인 철도차량 제작사로부터 고속차량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한다.
김정훈 본부장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운영 중인 기존 고속차량은 동력집중식인데, 동력분산식 차량과 비교했을 때 앞·뒤에 동력차가 있기 때문에 수송력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주요 장치들이 몰려 있는 동력차는 무겁기 때문에 궤도 등 철도시설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진다"며 "승객 편의성이나 안락함, 가동률(운영 효율성) 측면에서도 우리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KTX-이음과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 관계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현재 운행 중인 KTX뿐만 아니라 호남고속선에서 시운전 중인 EMU-320까지 직접 타보고, 코레일 차량정비기지에 가서 유지보수가 잘 이뤄지는지 눈으로 꼼꼼하게 다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또 "우즈베키스탄 측에서 유럽 기술과 비교하고, 중국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차량을 수출하려고 노력했는데, 중국 기술과도 모두 비교했다"며 "우즈베키스탄이 최종 판단 끝에 한국의 기술로 만든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이 적합하단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어려운 과정도 있었지만, 굉장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며 "우즈베키스탄이 과거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비단길'의 영광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우리 고속차량이 이곳에서 달린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트램부터 시작해서 도시철도, 통근형 차량 등은 셰계 시장에 계속 공급해왔지만, 이번 우즈베키스탄과의 계약을 통해서 세계시장에 고속차량을 처음 선보였다"며 "앞으로도 고급 철도차량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글로벌 기업과도 경쟁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로템은 지난해 고속차량 설계에 대한 국제 인증(TSI, Technical Specification for Interoperability)도 받았다. TSI는 유럽 회원국 간 철도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기 위한 철도 기술기준으로, 현대로템의 고속차량 제작 능력이 '국제 기준(글로벌 스탠다드)'에 충족함을 뜻한다.
김 본부장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고속철도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UAE에서도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럽 기술과 제품이 주도하고 있는 이런 시장에 우리 철도기업들이 진출한다면 의미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선 철도사업 '패키지' 발주, 글로벌社 경쟁…철도시스템 솔루션 갖춰야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본부장. 2025.6.19 / 철도경제
해외 발주처들이 철도차량 제작·공급뿐만 아니라 차량 유지보수, 신호·통신시스템, 나아가 운영까지 '패키지' 모델을 원하는 사례들도 있다. 현대로템이 철도시스템 사업에도 공을 들이는 이유다. 현대로템에선 약 20여년 전부터 철도 신호시스템을 개발해왔다.
김정훈 본부장은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면, 해당 국가에 기존 유럽 업체가 지상 신호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상태에서, 차상 신호장치도 같은 유럽 업체의 제품을 쓸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해당 장치만 써야 하다보니, 부품 수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개발한 차상 신호장치가 기존 지상 신호시스템과의 잘 호환된다는 점을 알렸고, 필요하면 시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국산 차상장치를 해외 수출 차량에 적용해 납품한 사례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8년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 레벨2(KTCS-2) 국책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해, 전라선 시범 사업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지난해 12월 개통한 대구권 광역철도(대경선) 전동차에 KTCS-2를 적용해 영업 운행을 하면서 성능을 인정받았다.
현대로템에선 차상 신호시스템뿐만 아니라, 지상 신호시스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정훈 본부장은 "해외 철도시장이 급변하면서, 지금은 소수의 글로벌 기업들만 차·지상 신호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고 있다"며 "해외에서 철도 패키지(턴키) 사업에 뛰어들 때, 경쟁력을 갖추려면 차·지상 신호장치를 아우르는 철도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는게 전략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발주처에선 철도 시스템을 '턴키'로 발주해 계약을 맺은 곳에서 인터페이스 문제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책임질 수 있길 원한다"며 "차량 제작과 유지보수뿐 만아니라 신호시스템까지 역량을 확보해야만 대규모 턴키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철도회사들과 경쟁하려면, 신호시스템 솔루션까지 갖고 있는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원천에너지부터 '친환경', 수소서 해답 찾아…수소연료전지 기반 鐵車 개발

지난 20일 2025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관람객이 현대로템의 수소동력차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25.6.20 / 철도경제
현대로템은 미래 철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수소'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철도산업 박람회인 이노트랜스에서 현대로템은 '수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정훈 본부장은 "현대자동차 그룹 차원에서 '수소 밸류체인'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고, 현대로템도 이에 발맞춰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철도 모빌리티 구축에 힘쓰고 있다"며 "이노트랜스 등 국제 무대에서 수소 트램을 상용화하고 실물 차량까지 전시했다는 점에 대해서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수소철도차량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 상용화한 수소 트램뿐만 아니라, 수소동차, 수소동력차, 국책 연구과제로 개발 중인 수소전기기관차 등이 있다.
김 본부장은 "수소동차의 연료전지 용량이 1MW급, 수소동력차가 2MW급, 수소전기기관차가 3MW급이다"며 "수소 동차같은 경우에는 지난해 기본 설계는 이미 끝났고, 상세 설계를 해서 완성 단계로 가고 있다"고 했다.
수소동력차는 부산형 급행철도(BuTX)에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 본부장은 "가덕신공항에서 오시리아까지 약 55km의 지하 대심도 터널로 열차가 다니는데, 이곳에서 시속 150km까지 속도를 내려면 출력이 높아야 하고, 기밀도 잘 유지돼야 한다"며 "수도권에서 선보인 GTX가 수소 철도차량 버전으로 바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소동력차는 2027년경 상세 설계를 마치고, 계획 상 2030년에 개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가덕도신공항 사업과는 별개로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소전기기관차는 현대로템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해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현재 설계가 진행되고 있고, 2027년경에 수소전기기관차 시제품을 만든 후 2028년까지 모든 시험을 마쳐 연구 과제 수행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소전기기관차까지 개발이 되면, 출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고속철도 차량에도 수소동력 모델을 개발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소 가격과 수소와 관련된 법적 규제다. 지금은 수소가 비싸 전차선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전기철도 차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수소 철도차량에 대한 각종 기준들도 '임시 기준'으로 돼 있어 관련 규정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
김 본부장은 "지금은 수소차를 개발하는데 규제도 많고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국가에서 수소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수소 철도차량을 운영하는 곳에서 부담을 덜 수 있고, 장기적으로 수소로 전환되면 전기철도를 구축하고 시설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원천에너지가 친환경적이어야만 '진정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며 "정책적으로 친환경 철도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 장병극 기자
[출처 : 철도경제신문(https://www.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