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SR 사실상 '통합'으로 가닥잡은 듯"
1단계 KTX·SRT 교차운행, 2단계 조직통합
2027년 말경 통합완료 "국토장관 의지 확고"

정정래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사진 왼쪽)이 지난 9월 10일 광주시에 있는 호남철도차량정비단에서 추석대수송을 앞두고 SRT와 KTX 정비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SR은 SRT 32대를 운영 중이다. 10대를 직접 소유하고 있고, 22대는 코레일에서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차량 중정비는 코레일에 위탁했다. SR은 자체 예산을 투입해 차세대 SRT(EMU320) 14대 추가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SRT를 정비할 수 있는 지제차량기지 구축 계획도 세웠다. / 사진=코레일
정부가 철도운영사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을 '통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달 초에 국토부가 '통합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토부는 코레일과 SR 등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3차 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국토부는 김윤덕 장관 취임 후 8월과 9월에 2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개최했다.
SR은 수서고속철도 구간에 대한 운송면허권을 갖고 있는 고속철도 운영사다. 지난 2013년 12월 설립됐다. 이후 2016년 12월 9일 수서발 SRT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수서-동탄-지제역 간 고속철도 노선에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가 들어갈 수 없다. SR만 운송면허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서고속철도는 강남과 지역을 잇는 '알짜노선'이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코레일 입장에선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서고속철도 운송면허권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수서역에 정차중인 SRT. 자료사진. / 철도경제
SR은 코레일이 가진 독점 구조를 깨뜨리고, 국가철도망에 복수의 운영사를 둬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단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SR 설립을 두고 철도 민영화 논란에 휩싸였고, 철도노조 등에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사회적 갈등 속에서 SR은 코레일이 지분 41%를 보유하고, 나머지 59%는 공적자금(사학연금,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이 소유한 형태로 출발했다.

SR 사옥 전경. / 사진=SR
코레일과 SR 간 통합 논의는 꾸준히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도 양 기관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2018년 국토부는 통합 타당성을 분석하기 위해 '철도산업구조 평가' 연구용역을 진행했는데, 좀처럼 결정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가 2022년 12월, 철도산업발전위원회(철산위)는 '코레일과 SR에 대한 통합 판단 유보' 결정을 내렸다.
이후 창립 10주년을 맞은 2023년 7월 지분구조가 개편됐다. 정부가 기존에 공적자금이 보유했던 지분 약 59%를 인수하면서, SR의 최대주주가 됐다. 지분구조 상 코레일 자회사 성격이 아닌, 정부출자기업으로 독립한 셈이다.
SRT는 수서역서 출발해 경부선(부산행), 호남선(광주송정, 목포행) 2개 노선만 다녔다. 그러다가 2023년 9월 1일부터는 SRT가 동해선(포항행), 전라선(여수엑스포행), 경전선(진주행)에도 투입되면서 운행 노선이 확대됐다.

천안아산역에 접근 중인 SRT열차. 뒤로는 수서역 방면으로 향하는 열차가 보인다. 2025.8.19. / 철도경제
'유보' 판단이 내려진 후, 3년 만인 올해 다시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도 양 기관 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달 14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 장관은 "코레일과 SR은 원칙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임을 밝혔다.
28일 열린 3차 간담회에서도 김 장관의 '양 기관 통합 의지가 확고'했단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합 로드맵은 크게 2단계로 나눠 추진된다. 1단계는 운영통합, 2단계는 조직통합이다.
운영통합은 앞서 1, 2차 간담회서 제시된 '교차운행'을 뜻한다. 수서역에 KTX가 서울역에 SRT가 다니게 된다. 이르면 내년 3월께 시범사업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국토부에서 양 기관 통합을 위한 '용역'을 시행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2단계 조직통합 시점은 2027년 말께로 잡고 있다. 양 기관의 인력을 완전히 합쳐, 하나의 '기관'으로 만드는 최종 통합 단계다. 아직 2년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기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통합'쪽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SR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 후 실익을 꼼꼼히 분석해 추후 통합하더라도 철도 운영에 반영할만 한 점을 찾고, 무엇보다 조직 통합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잘' 풀어나가야 할 것"라고 언급했다.
/ 장병극 기자
[출처 : 철도경제신문(https://www.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