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우즈벡 고속열차 조기 출고…"中企와 이뤄낸 성과" [현장]
마산항서 '우즈벡 고속열차 출항식'…계약 18개월만
고속車 첫 해외수출, 검증된 KTX-이음 모델 현지화
EMU-260·320 상용화, 기술·노하우로 생산효율성↑
국산화율 90%, 국내 부품사 협력…안정된 공급망
"우즈벡 실적 기반, 추가 수출 거점 확보에 집중"

현대로템은 10일 경남 창원시 마산항에서 '우즈베키스탄 고속열차 출항식'을 가졌다. 사진은 마산항에 있는 우즈벡 수출 고속열차. 2025.12.10 / 철도경제
현대로템이 우즈베키스탄 신형 고속열차 제작을 마치고, 순차적으로 현지에 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우즈베키스탄 철도청(UTY)과 계약을 맺은지 18개월 만이다.
고속열차를 수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고속차량 개발 30년, KTX 개통 20년 만에 세계 4번째로 고속열차 수입국에서 고속열차 수출 국가가 됐다.
이 차량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국내서 첫 운행을 시작한 동력분산식 준고속열차인 KTX-이음(EMU-260)을 현지화한 모델이다.
현대로템은 현재 국내에 공급할 예정인 KTX-이음, KTX-청룡(EMU-320), 차세대 SRT(EMU-320)와 함께 우즈벡 수출 고속차량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우즈벡 고속차량은 당초 내년 3월께 초도 편성을 출고할 계획이었다. 최초로 수출하는 고속차량이고, 우즈벡 철도청에서 특별 요청을 하자 현대로템은 전담팀(TFT)을 꾸리고, 생산 공정을 집중 관리했다.
앞서 국내에 납품한 KTX-이음 등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제작 기술과 양산 경험을 살려, 우즈벡 수출용 고속열차의 설계-구매-생산 등 모든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였고, 당초 계약보다 빨리 출고했다.

마산항에 있는 우즈벡 수출 고속열차. 시속 250km급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로 KTX-이음(EMU-260)을 현지화한 모델이다. 2025.12.10 / 철도경제
이원상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연구소장(CTO)은 "전 세계적으로 납기를 줄이면서, 품질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한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고속열차 기술이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지금도 계속 '업그레이드'해 생산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응축된 기술과 최적의 노하우로 납기를 단축하면서 품질을 보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눈에 띄는 게 약 90%에 달하는 높은 국산화율이다.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은 "우즈벡 고속열차 수출은 현대로템만의 쾌거가 아닌, 최초 개발부터 함께 해 온 많은 중소기업들과 이뤄낸 결과"라며 "국내 철도산업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韓 고속열차 기술력, 세계 무대에 '처음' 선보이는 자리"

현대로템은 10일 경남 창원시 마산항에서 '우즈벡 고속열차 출항식'을 가졌다. 사진 오른쪽부터 알리셰르 압두살로모프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 주파르 나르줄라예프 우즈베키스탄 철도청장, 자수르벡 초리예프 우즈베키스탄 교통부 차관, 잠시드 호자예프 우즈베키스탄 경제부총리,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주 경상남도 경제부지사, 우정훈 국토부 철도정책과장, 아이다 이스마일로바 주한 키르기즈공화국 대사. 2025.12.10 / 철도경제
현대로템은 지난 10일 경남 창원시 마산항에서 '우즈벡 고속열차 출항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잠시드 압두하키모비치 호자예프(Jamshid Abdukhakimovich KHODJAEV) 우즈벡 경제부총리와 교통부 차관, 철도청장, 주한 우즈벡 대사와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또 허성무 의원(더불어민주당, 경남창원성산), 김영주 경남도경제부지사, 우정훈 국토부 철도정책과장도 행사에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김정훈 본부장은 환영사에서 "오늘 출항식은 국내에서 축적해 온 고속열차 기술 역량을 처음으로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매우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로템은 1994년 해외로부터 고속열차 기술을 도입한 이래, 대한민국 정부 및 부품 협력사들과 함께 30여 년 만에 세계 4번째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국산화에 성공했다"며 "그 결과 현대로템은 국내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안정된 공급망을 유지하며 고속열차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잠시드 호자예프 우즈벡 경제부총리가 현대로템이 제작한 우즈벡 고속열차 비즈니스 객실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2025.12.10 / 철도경제
또 "우즈벡 고속열차는 양국의 협력과 우정을 상징하는 결과물"이라며 "향후 우즈벡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핵심 여객 노선에 투입돼 이동 시간을 단축하고, 지역 간 접근성을 높여 국가교통 인프라 현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로템은 모든 열차가 운영에 투입되는 시점까지 완벽한 품질의 차량을 적기에 납품하겠다"며 "운영 투입 후에도 모든 열차가 최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와 교육, 훈련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잠시드 우즈벡 경제부총리는 "이 고속열차는 우즈벡 미래 교통망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미래에도 계속 한국과 교통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온에 사막 모래먼지, 겨울철 영하 40도…현지 모래 가져와 뿌리며 실험"

현대로템이 제작한 우즈벡 수출 고속열차 운전실 내부. 2025.12.10 / 철도경제
이번에 우즈벡에 수출하는 고속열차는 시속 250km급 동력분산식 차량으로 7칸 1편성이다. 총 6대를 제작해 납품한다.
현대로템은 2007년 국책 연구과제인 'HEMU-430X' 개발에 착수해 10년 후 세계 4번째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인 KTX-이음(EMU-260)과 KTX-청룡(EMU-320)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차세대 SRT(EMU-320) 14대와 KTX-청룡 17대 등 업그레이드형 모델을 제작하고 있다. 동시에 시속 370km급 열차인 EMU-370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이원상 CTO는 "우즈벡 고속열차는 7번째 동력분산식 상용화 사업으로 한국 고속열차 제작 노하우가 반영된 최신형 차량"이라며 "이미 국내서 검증된 KTX-이음 모델을 개량해 현지 환경에 맞게 성능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우즈벡 수출 고속열차 비즈니스 객실 내부. 2025.12.10 / 철도경제
이 열차는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를 지나 부하라를 거쳐 휘바까지 1260km에 이르는 노선을 하루 12회 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열차의 최종 납품기한은 2027년 3월. 영업운행에 투입한 후 3년 간 유지보수를 제공하게 된다.
KTX-이음은 6칸 1편성으로 길이 150m, KTX-청룡은 8칸 1편성으로 200m다. 우즈벡 고속열차는 7칸으로 길이 175m다.
이원상 CTO는 "우즈벡은 우리나라와 궤간, 전력, 주파수, 신호, 승강장 높이, 기후 환경 등이 매우 다르다"며 "현지에 적합한 고속용 광궤(1520mm) 대차를 포함해 환경 맞춤 설계, 최상의 승차감과 진동저감, 저소음을 적용하는 등 우즈벡에 최적화된 최신 고속열차다"고 소개했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우즈벡 수출 고속열차 일반 객실 내부. 2025.12.10 / 철도경제
열차는 두 종류로 납품한다. VIP객실(48석)과 일반 객실로 이뤄진 총 365석 열차 1대, 비즈니스 객실과 일반 객실로 이뤄진 389석 열차 5대다.
이 CTO는 "VIP 객실 내부는 매우 넓고 편안한 천연 시트와 함께 편리하고 독립된 공간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열차 운전실은 유럽 UIC 651 기준에 맞게 기기를 표준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객실은 국내 특실과 비슷하다. 2X1 조합으로 좌석을 배치했다. 개별창과 커텐을 둬서 외부 풍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고, 동시에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 일반 객실은 국내 우등실·일반실과 유사하다. 2X2 조합의 회전식 좌석을 배치했다.
객실 상부에는 수하물 보관 장소가 있고, 시인성이 향상된 넓은 LCD가 제공된다. 또 무선와이파이, 휴대폰 충전스테이션 및 광폭 거치대 등이 설치돼 편의성을 높였다. 열차 사이에는 교통약자용 화장실도 배치했다.

이원상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연구소장(CTO)이 우즈벡 고속열차 개발 과정과 주요 기술 적용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025.12.10 / 철도경제
우즈벡은 약 1200km가 넘는 장거리 구간을 타야 한다. 국내 열차와 달리 중간칸은 음식, 스낵, 음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식탕칸으로 만들었다.
현대로템은 우즈벡 현지의 극한 환경 조건에서도 정상 운행할 수 있는 '맞춤형' 설계로 안전성을 높였다.
이원상 CTO는 "이번에 공급할 고속열차 제작을 위해 현대로템 엔지니어를 현지에 파견해 철저한 현지 운행 조사를 했다"며 "최고 5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고온과 사막의 모래 먼지 등 환경에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직접 가서 실제 현지에 있는 사막의 모래를 가져와서 직접 뿌리면서 실험도 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우즈벡 수출 고속열차 외부 대차. 우즈벡 현지 상황에 맞게 광궤(1520mm) 대차를 적용했다. 2025.12.10 / 철도경제
우즈벡 수출 열차에는 기존 국내 고속열차 기술에 더해, 도장을 강화하고자 표면에 우레탄 탑코팅을 했다.
또 측면 하부 커버, 이중 차간 통로막, 하부 관성배기그릴, 에어컨 미세필터 등을 적용하고 스마트 댐퍼 제어 등을 통해 사막의 모래와 고온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게끔 제작했다.
우즈벡은 동절기에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고 눈보라도 심하다고 한다.
이 CTO는 "연결기, 발판, 급수관, 제동부품 등 외부 부품은 결빙되지 않도록 방지 히터나 방한 자켓으로 보호했다"며 "부품 노출을 최소화하는 원천 설계를 통해 동절기에도 차량의 안전 운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현지 인도 後 유지보수, 끝까지 책임…韓 철도산업 경쟁력 확보 기여"

10일 마산항에서 열린 '우즈벡 고속열차 출항식'에서 참석자들이 소개 영상을 보고 있다. 2025.12.10 / 철도경제
현대로템은 우즈벡 철도청과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공급 및 유지보수 사업을 계약하면서, 처음으로 국산 고속차량을 해외에 수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우즈벡은 기존에 스페인 탈고(Talgo)가 제작한 동력집중식 고속차량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동력분산식 차량으로 교체하려는 '니즈(Needs)'와 국산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기술이 맞아 떨어졌다.
현대로템은 국내 부품 협력업체들과의 안정된 공급망을 유지해 국산화율이 90%에 달하는 고속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국산화율과 국내 산업 생태계의 낙수효과 등을 면밀히 심사하는 정부의 양허성 수출금융(EDCF) 지원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민간업체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판매국의 금융 지원 여부도 함께 경쟁 요소로 살피는 해외 고속차량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우즈벡 고속열차 출항식' 행사 참가자들이 우즈벡 수출 고속열차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열차에 오르고 있다. 2025.12.10 / 철도경제
특히, 고속차량 수출은 국내 철도 산업의 외연을 넓힐 뿐만 아니라, 국가 성장 동력으로서 지속가능한 경쟁력 유지에 기여한다. 수출은 국산 고속차량 성능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로템은 우즈벡 고속열차 사업 실적으로 기반으로 향후 안정적으로 국산 고속차량을 추가로 수출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모든 차량이 현지에 인도되고 사후 유지보수까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협력업체들과 함께 K-고속철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장병극 기자
[출처 : 철도경제신문(https://www.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