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소음 다 잡은 2세대 KTX-이음... "품질 높이고 조기 납품" [시승기]
현대로템, 코레일에 KTX-이음 14대 공급... 계약보다 빨리 인도
국산 기술로 개발, 300여개 국내 부품사 협력... 동반성장 결실
국산신호시스템 KTCS-2 설치, 공기청정기 등 승객 편의성 상승
소비전력측정·상태기반모니터링... 유지보수·운행 효율성 높여
해외서 EMU 모델 시장점유율 80%... EMU-370 기술개발 속도

지난달 24일 '2세대 KTX-이음' 525호기가 서울역에서 시운전을 위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2025.6.24 / 사진=현대로템
현대로템이 2세대 KTX-이음(EMU-260)을 내놨다.
2021년 1월 4일 중앙선에서 첫 운행을 시작한 1세대 KTX-이음보다 승차감과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객실 내 소음을 줄였다. 국내 고속열차에 처음으로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KTCS-2)를 탑재한 점도 눈에 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1년 12월 24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EMU-260 84칸(14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초도편성 납기일은 올해 10월 31일. 현대로템은 계약보다 4개월이나 앞당겨 지난달 13일에 납품했다.
2세대 KTX-이음 초도편성은 이미 지난해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제작을 마치고 출고했다. 이후 시운전을 거치며 각종 시험을 진행하고 성능을 검증했다. 공명상 현대로템 고속&SE실장은 "14대 중 10대는 창원공장에서 출고 검사까지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계약 상 모든 편성 납기일은 내년 3월 31일이다. 이대로라면, 14대 모두 계약보다 빨리 코레일에 인도할 수 있다.
간선철도에 투입되는 일반열차나 일반 전동차를 공급하는 다른 철도차량 제작사들의 경우, 납기일보다 140일 앞당겨 모든 시험·검증을 마친 완성차를 인도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로템은 2세대 KTX-이음을 조기에 인도하면서, 품질까지 대폭 개선했다. 이미 1세대 KTX-이음 19대를 제작한 경험과 노하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명상 실장은 "300여개 국내 부품사와 공급망 관리, 프로젝트 매니징, 빠른 의사 결정, 긴밀한 소통체계 등을 통해 시험 검증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간선철도망 '준고속화' 추세, KTX-이음 수요↑…조기 납품해 '숨통'

서울역에서 광주송정역으로 시운전 열차 내에서 공명상 현대로템 고속&SE실장이 '2세대 KTX-이음'의 주요 제원과 개선사항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5.6.24 / 사진=현대로템
1세대 KTX-이음은 지난 4년 동안 강릉선, 중앙선, 중부내륙선에 투입돼 승객을 실어날랐다. KTX-이음이 첫 선을 보이면서, 그간 고속열차 수혜를 받지 못했던 철도소외지역에 KTX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KTX-이음을 탄 승객은 하루 평균 2만 4000명. 올해 1월 기준, 코레일은 하루에 78회 KTX-이음을 운행하고 있다.
KTX-이음은 국내 기술로 만든 첫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다. 국책연구과제로 수행한 HEMU-430X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현대로템은 2016년부터 코레일에서 발주한 시속 260km급 고속열차인 EMU-260 설계·제작에 들어갔다. 이후 2019년 세계 4번째로 EMU 고속차량을 첫 출고하는데 성공했다.
2021년 1월, KTX-이음이 첫 영업운행을 시작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 행보로 중앙선 원주-제천 간 복선전철화 개통식에 참석해 KTX-이음을 직접 시승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철도시장은 240조원에 달하며, 고속철도 시장은 연평균 2.9%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고속철도 사업은 국가 단위 프로젝트로 토목, 건축, 시스템, 통신과 같은 연관산업 효과가 막대한 만큼, 우리 철도가 세계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해외 진출에 발벗고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2새대 KTX-이음도 개별창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창문 밖으로 오송시험선로에 있는 'HEMU-430X'가 보인다. KTX-이음은 국책 연구과제인 'HEMU-430X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현대로템이 첫 상용화한 모델이다. 2025.6.24 / 사진=현대로템
KTX-이음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추진해온 시속 200~250km급 준고속급 간선철도망 구축사업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되기 시작하면서다.
지난해 12월에는 남북축 간선망인 중앙선 부전-청량리 구간과 동해선 부전-강릉 구간이 개통했다. 동해선에는 아직 KTX-이음을 투입하지 않았는데도, 개통한지 6개월만에 누적 승객 8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1월 국토부 업무계획에서 밝힌 '4X4 고속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르면 남북축(종축)으로 서해전라선축, 중부내륙선축, 중앙선축, 동해선축을, 동서축(횡축)으로 서울속초선축, 경강선축, 대구광주선축, 경전선축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들 노선 중 중앙선은 전 구간 완전 개통했다.
주요 간선철도망을 준고속급 선로로 구축하면서 KTX-이음을 투입해야 할 노선이 늘고 있다. 또 동해선처럼 신규 수요가 빠르게 유입되면서, 지역을 중심으로 KTX-이음을 조기에 운행시켜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KTX-이음 19대만으론 신규 투입이나 증편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데, 이번에 현대로템이 당초 계약보다 빨리 2세대 KTX-이음 14대를 인도하면서,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2021년 첫 운행 1세대 KTX-이음 '피드백' 반영…승차감 개선 주력

지난달 24일 '2세대 KTX-이음' 525호기가 서울역에서 시운전을 위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2025.6.24 / 사진=현대로템
지난달 24일 시운전을 하고 있는 2세대 KTX-이음 525호기를 직접 타봤다.
이 차량은 강릉선에서 신호·통신장치 성능 검증을 진행하고, 서울역으로 왔다고 한다. 이날 오후 12시 30분경 서울역에서 출발, 경부고속선·호남고속선을 타고 광주송정역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 고속전용선은 시속 300km급 이상 고속열차만 영업 운행을 하기 때문에, 평소에 승객을 태우고 KTX-이음이 지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현대로템은 "새로 제작한 차량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고속전용선에서도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세대 KTX-이음을 만들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진동, 소음, 승차감이다. 운영사인 코레일이 1세대 KTX-이음을 투입한 후 제작사에 요구한 개선사항과 승객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했다.
1세대 KTX-이음 운행 초기에 중앙선 청량리-서원주 구간을 달릴 때, 노반과 궤도에서 차체(객실)로 전달되는 충격이나 진동이 있고 흔들림이 심하게 느껴진다는 승객들이 있었다. 이에 현대로템에서 댐퍼 등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일부 부품을 선제적으로 교체한 적이 있다.
2세대 KTX-이음이 동력집중식 고속열차보단 좌-우 흔들림이 있는 편이지만, 크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차체로 전해지는 충격이나 진동이 확실히 줄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공명상 실장은 "1세대 KTX-이음은 승차감 2.5(N)인데, 2세대는 2.0(N) 이하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2세대 KTX-이음 대차부분. 이러한 완충장치들의 성능을 개선해 승차감을 향상시켰다. 2025.6.24 / 철도경제
현대로템은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해 차체의 주행과 제동 기능을 갖춘 대차 부문에 성능이 개선된 서스펜션(완충 장치)를 설치하고, 차체 하부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보강재로 추가로 넣었다.
이정률 현대로템 책임연구원은 "대차와 차체 사이 댐퍼·요댐퍼 끝단에 차체와 결합되는 고무부시까지 개선해, 충격과 진동을 잡을 수 있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공명상 실장은 "1세대 KTX-이음이 다양한 환경(노선)에서 영업 운행을 하면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승차감을 높일 수 있도록 휠 프로파일(차륜 답면 형상, 열차 바퀴가 레일과 접촉하는 부분의 모양)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객실 내 소음도 70dB에서 68dB로 1세대보다 2dB 줄였다.
우선 차량에 전기를 공급하는 팬터그래프 주변에 설치되는 스테인리스강 소재 차음재의 면적을 늘렸고, 천장에 외부 소음을 막아주는 차음판도 추가했다. 또 차량 측면 벽 상부에 소음을 흡수하기 위해 넣는 팽창폼의 비중을 늘리고, 바닥에도 차음 기능이 강화된 '고차음 합판'을 추가로 깔았다.
이렇게 하면 차량의 무게가 증가할 수도 있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EMU-260, EMU-320 등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모델은 차체를 알루미늄 압출재로 만들기 때문에 기존 고속차량보다 가벼운 편이다. 공 실장은 "발주처가 요구하는 제작사양은 축당(바퀴 1개) 17톤인데, 2세대 KTX-이음이 축당 15톤 수준으로, 제작사양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세대 KTX-이음 객실 천장에 설치된 공기청정기. 2025.6.24 / 사진=현대로템
2세대 KTX-이음에는 1세대에 없던 장비와 기능들이 추가돼 안전성을 높이고 승객이 쾌적하게 탈 수 있도록 했다.
객실 천장(4대)과 운전실(1대)에는 공기청정기를, 화장실에는 악취를 줄일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공기청정기를 각각 설치했다. 무정전 비상방송장치와 비상조명을 설치해,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비상상황에도 승객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소비전력 측정장치, 상태기반모니터링(CBM), 차상 PSD 무선(RF방식) 장치, 고속-일반선 간 팬터그래프 자동 선택 기능, 실외 방송장치 등을 새로 설치했다.
승무원실은 1대당 2개소로 늘렸고, 열차 바깥 천장에는 미끄럼방지 도막을 했다. 이를 통해 유지보수와 운행 효율성을 높이고 기관사와 승무원, 작업자의 안전성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
"해외 수출로 동반성장 기회 넓혀…韓 철도산업 보호방안 필요"

2세대 KTX-이음 우등실. 2025.6.24 / 사진=현대로템
2세대 KTX-이음에는 고속차량 중 처음으로 국산 신호시스템인 KTCS-2를 설치했다. 안전무결성(SIL) 최고등급인 레벨4를 획득한 제품이다. 공 실장은 "2세대 KTX-이음은 KTCS-2를 염두해 두고 설계해 호환성이 뛰어나다"고 했다.
국내 간선철도망 중 경부, 호남, 수서 등 3개 고속전용선에선 외산 고속용 신호시스템(TVM-430)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고속차량에 국산 신호시스템을 쓰기가 어려웠다. GTX-A 차량에도 수서-동탄 간 수서고속선을 함께 사용하다보니, 외산 신호장치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현대로템은 2018년 KTCS-2 국책 연구개발 과제에 참여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가철도공단에선 올해부터 경부고속선을 시작으로 지상에 깔린 외산 신호시스템을 단계적으로 KTCS-2로 개량하는 사업에 들어간다.
KTCS-2는 유렵형 열차제어시스템 레벨2(ETCS-2)뿐만 아니라 하위레벨과도 모두 호환된다. 현재 국내 준고속선로와 일반선로에 ATP(Automatic Train Protection, 자동열차방호장치)가 설치돼 있는데 이 시스템은 ETCS 하위레벨에 해당한다. 당연히 2세대 KTX-이음에 설치한 KTCS-2와도 호환된다.
앞서 현대로템은 전라선 KTCS-2 시범사업에서 차상 신호시스템 성능을 검증했고, 지난해 말 경부 일반선을 오가는 대구권광역철도(대경선) 전동차에도 KTCS-2를 설치하면서, 영업 운행 실적을 확보했다.
이번에 2세대 KTX-이음에 KTCS-2를 설치해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기술에 기반한 신호시스템이 깔린 해외 철도시장에 진출을 할 때도 더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 실장은 "국내 철도신호시스템은 외산을 쓰고 있어 유지보수가 어려운 점이 있는데, 철도차량은 30년을 써야 하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때문에 국토부에서도 고속철도차량 국산화와 함께 신호시스템 국산화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전동차와 GTX 등 다양한 노선에서도 국산 신호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역에서 광주송정역으로 시운전 열차 내에서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이 '2세대 KTX-이음' 개발 성과와 해외 시장 진출 확대 계획, 한국 고속철도 산업 발전을 위한 의견 등을 말하고 있다. 2025.6.24 / 사진=현대로템
이번에 선보인 2세대 KTX-이음은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하는 고속차량(EMU-250, 7칸 1편성)과 비슷한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KTX 개통 20년만인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 처음으로 국내 기술로 만든 고속차량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5월 영업운행을 시작한 시속 320km급 동력분산식 고속차량(EMU-320)인 KTX-청룡도 KTX-이음 설계·제작 기술력을 토대로 만든 모델이다.
현대로템은 해외 고속철도 시장이 동력분산식 차량을 선호하고 있고, 시장 점유율도 80% 이상으로 높은 만큼, 시속 370km급 등 고사양 EMU 차량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정훈 레일솔루션본부장은 "올해 말까지 시속 370km급 고속철도 기술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 고속철도 차량의 국산화율이 약 90%에 육박하는데, 해외로 수출해야만 국내 철도산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튼튼한 산업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일본의 고속철도 시장은 각국의 정부 규제로 사실상 해외 기업의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인데, 국내의 경우 해외에서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게끔 열려 있다"며 "2021년에는 고속차량 납품 실적이 없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끔 바뀌면서 국내 철도차량 산업을 보호하고 기술 개발에 재투자하는게 어려워지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 초 수주한 모로코 2층 전동차 공급 사업의 경우 프랑스와 스페인 등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싼 금리로 모로코에 차관 지원을 약속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우리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면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 중 약 90%를 국내 200여개 협력사에서 공급하기 때문에 내수 진작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로템은 해외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국산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300여개 협력사들과 함께 고속차량 성능 개선과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며 "지금이 우리 철도 기술과 산업 보호 방안을 제도적으로 다시 들여다 볼 때"라고 밝혔다.
/ 장병극 기자
[출처 : 철도경제신문(https://www.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