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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KTX역 있어도 제대로 활용 못해... 승객 끌어들이는 건 지자체 몫
  • 출처철도경제신문
  • 등록일2026.07.16
  •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KTX역 있어도 제대로 활용 못해…승객 끌어들이는 건 지자체 몫 [기획]

[지방 살릴 마중물, 철도역-②]
강릉 방문객 1669만→3500만, 관광업체는 네 배
횡성·평창역 이용객, 강릉역 10분의 1에도 못 미쳐
도심 단절 막으려 지하화…강릉시가 비용 떠안았다
버스·택시·DRT 등 지자체 추진 '연계교통'이 핵심
"철도가 다 해결 못해…지역이 즉시 움직여야 성공"


올해 정부 철도예산은 약 8조 9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하반기에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고시를 앞두고 지자체의 노선·역 신설 요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철도역은 과연 죽어가는 지방을 살리는 '마중물'이 되고 있는가. <철도경제신문>은 성공한 역과 실패한 역을 짚어보고, '지역을 살리는 철도역 모델'을 모색한다. / 편집자 주

지난 6월, 강릉역. 개찰구를 나서자 곧바로 시내가 펼쳐졌다. 역사 뒤편으로 상업건물과 아파트가 빼곡했고, 걸어서 닿는 거리에 중앙시장이 있었다.

역 앞 정류장에는 막 도착한 관광객이 몰려, 이들을 태운 차량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느라 잠시 정체가 빚어질 정도였다.

2024년 강릉역 승하차 인원은 약 315만 명. 강원권 철도역 가운데 가장 많다. 이 중 KTX 이용객이 약 290만 명이다.

번듯한 역사를 지어도 승객이 찾지 않는 역이 있는가 하면, 강릉역처럼 사람이 넘치는 역도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강릉역, 시내 한복판에…"내리면 바로 시장이고 상가"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장. 2026.7.7/ 철도경제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장은 강릉역이 성공한 이유를 '정서'에서 찾았다.

최 소장은 "관광객이 역에서 내렸을 때 '아, 내가 지금 시내에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으면 여행이 편안해진다. 그런데 경주역이나 울산역에 내리면 '왜 이렇게 황량하지' 싶고, 여행이 복잡하겠구나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강릉역은 그냥 시내다. 내리면 바로 시장이 있고 상가가 있으니, 사람들한테 편안함을 준다"고 진단했다.

지금의 강릉역 위치는 처음부터 정해진 게 아니었다. 장동수 강릉시청 항만물류과장은 "국가철도공단이 현 역사와 외곽 3개소를 포함해 4개 안을 제시했고, 시가 시민단체·연구기관과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려 시민 설문까지 거쳐 도심을 택했다"고 밝혔다.

강릉선은 2010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약속한 사업이다.

최 소장은 "경제성 분석(B/C)이 0.1 수준 밖에 안 되는 노선이었지만 약속을 어기면 올림픽 유치가 취소되는 상황이었다"며 "정부가 조속한 완공과 비용 절감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땅을 새로 수용할 여유가 없었다. 역설적으로 그게 강릉선 성공의 핵심 키가 됐다"고 말했다.

도심 단절 숙제…강릉시가 지하화 비용 떠안았다


강릉역 전경. 2026.7.3 / 철도경제

철도가 도심에 들어오면 철길이 도시를 갈라놓는 문제가 생긴다.

장동수 과장은 "가장 큰 문제가 도심 단절이었다. 철도가 지상에 있으면 윗동네와 아랫동네가 분리된다"며 "강릉시가 추가 사업비를 떠안겠다고 확약하며 재정당국을 설득해 지하화를 관철했다"고 밝혔다.

열차를 지하로 넣은 덕에 상부엔 '월화거리'라는 녹지축이 생겼다.

최진석 소장은 "열차가 지상으로 지나가면 소음이 크고 그 지역을 파편화한다"며 "돈을 더 내고 도심 파편화를 막은 건 잘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강릉 방문객은 2018년 1669만 명에서 2025년 약 3500만 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관광사업체는 2017년 1월 108개에서 2026년 1월 431개로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 소장은 개통 초기 코레일의 '4인 10만 원' 할인을 성공의 방아쇠로 꼽았다.

최 소장은 "4명이 강릉에 내려 렌터카를 빌리거나 택시를 타고 함께 다니는 것"이라며 "1박 2일로 가던 강릉 여행이 아침에 내려가 점심·저녁 먹고 올라오는 당일치기로 바뀌면서 수요가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강릉시는 열차를 타고 와 숙박한 여행객에게 숙박비와 열차비 일부를 환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강릉시 관광정책과는 "방문에 그치지 않고 체류형 관광으로 잇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횡성·평창역, 역 앞에 서는 버스는 하루 세 번뿐


평창역 앞 논밭. 역까지 오는 버스는 오후 4시가 넘으면 끊긴다. 2026.7.2 / 철도경제

같은 강릉선, 두 정거장 차이. 풍경은 딴판이었다. 2024년 승하차 인원은 횡성역 28만 4729명, 평창역 27만 9929명으로 강릉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횡성역 주차장은 시동이 꺼진 차들로 가득했고, 버스 승강장 안내판에는 오류가 떠 있었다. 한 이용객은 "역 앞에 서는 버스는 하루 세 번뿐이라 800m 떨어진 정류장에서 걸어온다"고 말했다.

평창역에서 만난 이용객도 "오후 4시가 넘으면 버스가 끊겨 택시를 타야 한다. 배차는 한 시간에 한 대"라고 말했다.

최진석 소장은 두 역의 부진을 지자체의 태도에서 짚었다.

최 소장은 "강릉은 관광자원이 워낙 좋았고 KTX가 연결되며 시너지가 컸던 반면, 평창과 횡성은 스스로 관광을 살려야 한다는 자각이 부족한 것 같다"며 "군수가 혼자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지역 리조트, 관광업체를 다 모아놓고 어떻게 사람을 끌지 함께 궁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어느 지자체든 KTX를 유치하고 싶어 하는데, 이미 유치하고도 효과를 못 보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열차 늘려달라"는 지역들…늘리면 수요는 따라올까


박민철 한국교통대학교 철도운영·물류학과 교수. 2026.7.9 / 철도경제

지자체의 시선은 다르다. 열차부터 늘어야 지역이 산다는 것이다.

황규원 영주시청 건설과장은 "철도 전문대학과 코레일 연수원까지 있어, 전국 중소도시 중 영주만큼 철도 콘텐츠를 가진 곳이 없다"며 "동서횡단철도까지 이어지면 영주가 환승 요충지가 돼 경제·관광에서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주시는 오래전부터 증편을 요구해왔고, 실제로 올해 성과가 있었다.

황 과장은 "지난해부터 코레일에 지속적으로 증차를 요청했고, 올해 1월부터 청량리~부전 구간이 6회에서 18회로 3배 늘었다"면서도 "그럼에도 아직 모자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자체 요구대로 열차를 늘리면 수요는 따라올까.

박민철 한국교통대학교 철도운영·물류학과 교수는 "좌석을 더 공급하면 수요가 더 나온다는 논리는 교통 수요 예측의 논리와는 결이 다르다"며 "오히려 수요를 과다 예측해 시설이 텅 비는 경우가 지금까지 더 문제였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중앙선 상황을 '수요 증가'가 아닌 '해소'의 문제로 봤다.

박 교수는 "원래 10편이 다녀야 할 구간을 여러 사정으로 적게 운행했다면, 편성을 늘려 원래 있던 수요를 해소해 주는 것이지 수요가 증가하는 게 아니다"라며 "계획 당시 예측 수요와 지금 탑승객을 비교해, 지금이 더 많다면 증편할 논리가 선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은 다 낮에 움직이는데 편성 사정으로 새벽이나 한밤에 열차를 넣기도 한다. 이는 스케줄링의 기술 차이"라며 "철도 시각표에 맞춰 버스 같은 다른 교통수단을 연동시키는 것만으로도 이용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를 묻는 질문 자체가 틀렸다"


오동익 티랩교통정책연구소 박사. 2026.7.8 / 철도경제

오동익 티랩교통정책연구소 박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박사는 "모든 논의가 '수요가 얼마냐'로 시작하는 게 문제"라며 "인구 30만 명 이하, 군 단위 5만 명도 안 되는 지역에서 수요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고속도로는 차만 있으면 어디로든 가지만, 철도는 그 노선 위에 있어야만 수요가 돼 자유도가 아주 낮다"며 "서울~충주 고속버스가 20~30분마다 다니는데 KTX가 하루 네 번이라면 게임이 안 된다. 이제는 기존 수요를 따질 게 아니라, 이용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서비스를 채워주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역까지 차로 15분인데 버스는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누가 버스를 타겠느냐. 버스 한 노선에 연 10억 원, 세 개면 10년에 210억 원"이라며 "그 돈을 앞당겨 주차장을 만들고 저렴한 환승 체계를 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수요응답형(DRT) 버스나 1000원 택시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답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연계교통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게 안 되면 그 역은 실패"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지자체가 움직여야 한다


KTX-이음 열차가 강릉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6.7.3 / 철도경제

전문가들은 "철도가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박민철 교수는 강릉시의 환급 정책에 "대체로 동의한다"면서도, 강릉이라서 가능했다고 봤다. 박 교수는 "공공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는데, 강릉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 명확한 정책이었다.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올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사람을 더 오게 하는 건 결국 그 지역의 노력에 달려 있다"며 "지역이 유인력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수요에 맞춘 교통체계를 갖추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철도가 들어오면 주변이 개발되고, 사람이 모이면 열차가 늘고, 그러면 또 사람이 모인다. 오동익 박사는 도시와 교통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이 '선순환'에서, 결과보다 그 시간에 주목했다.

오 박사는 "단순히 수요를 늘린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지역 발전의 거점을 만드는 측면에서도 지자체가 즉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가 지역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건 확실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그 기간"이라며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선순환 사이클이 도는 것도 느리고 동력도 약하다. 그 기간을 줄이지 못하면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 이승윤 기자, 곽나영 기자
[출처 : 철도경제신문(https://www.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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