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동대구역, 스쳐 가는 광주송정역…해법은 '지역 맞춤형' [기획]
[지방 살릴 마중물, 철도역-③]
광주송정역 유동인구 8만·유스퀘어 20만…역이 밀려
광주 도시철도 분담률 1.3%, 전국 특·광역시 중 꼴찌
동대구역 성공은 '배후 수요'…지방 중소도시는 어렵다
부전역 이용객 1년 새 220%↑…2034년 환승센터 준공
올해 정부 철도예산은 약 8조 9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하반기에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고시를 앞두고 지자체의 노선·역 신설 요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철도역은 과연 죽어가는 지방을 살리는 '마중물'이 되고 있는가. <철도경제신문>은 성공한 역과 실패한 역을 짚어보고, '지역을 살리는 철도역 모델'을 모색한다. / 편집자 주
서울에서 광주송정역까지는 KTX로 한 시간 반이면 닿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광주송정역에 내려 화순이나 담양, 나주로 가려면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그런데 시외버스 터미널인 유스퀘어까지 곧장 잇는 버스는 한 개 노선뿐이라, 약 10㎞ 거리를 35분이나 걸려 가야 한다.
임광균 송원대학교 철도운전경영학과 교수는 "광주송정역의 환승 기능은 매우 미흡하다"고 잘라 말했다. 광주까지는 빨리 왔는데, 정작 집까지 가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다.
유일한 도시철도인 광주 1호선은 주요 거점을 잇는 데 한계가 있다. 2023년 광주의 철도 수송분담률은 1.3%(2024 국가교통통계)로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서울(20.0%)이나 부산(8.6%), 대구(5.9%)와 견주면 차이가 크다.
임 교수는 "거점 간 연결이 안 되니 이용률도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유스퀘어"…광주송정역엔 식당 3개뿐

광주송정역. 2026.7.16 / 철도경제
광주 사람들은 광주송정역보다 유스퀘어를 더 찾는다.
임 교수에 따르면 두 곳의 반경 500m 유동인구를 비교한 결과 광주송정역은 하루 평균 8만 5000명, 유스퀘어는 20만 7000명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성격도 달랐다. 광주송정역은 방문객의 약 40%가 철도를 이용하러 온 사람들인 반면, 유스퀘어는 교통 목적 방문이 6% 남짓에 그쳤다. 나머지 90% 이상은 다른 이유로 모인다는 뜻이다.
임 교수는 "광주송정역에는 사람을 끌어들일 만한 게 없다. 인근 매일시장 정도"라며 "유스퀘어에는 서점과 식당가, 쇼핑시설이 있고 주변에 야구장도 있다"고 말했다.
역에서 만난 시민들도 역을 '머무는 곳'으로 여기지 않았다.
광주 시민 20대 청년은 "유스퀘어는 노는 곳이고 송정역은 그냥 기차 타러 오는 곳"이라며 "여긴 별로 뭐가 없다"고 말했다. 퇴근길에 들른 한 시민은 "쇼핑 기능이 전혀 없다. 식당 빼고는 상점 하나뿐"이라고 아쉬워했다.
유스퀘어에서 만난 한 버스기사는 "유스퀘어가 더 낫다. 문화시설이 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신세계백화점까지 들어오고 나면 더 커질 것이고, 그러면 송정역보다 터미널이 나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2033년까지 약 3조 원을 들여 유스퀘어 일대를 복합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 성공사례 동대구역…"핵심은 배후 수요"

동대구역. 2026.6.30 / 철도경제
그렇다면 광주송정역에도 거대한 상업시설을 넣으면 살아날까.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동대구역을 찾았다.
동대구역은 고속·일반철도와 도시철도, 시외버스 터미널이 모이고, 바로 옆에 신세계백화점이 붙어 있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복합환승센터'라 부를 만한 곳이다.
김경택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동대구역의 성공을 '배후 수요'에서 찾았다.
김 박사는 "동대구역에 오는 이유는 철도를 타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옆의 백화점을 가기 위해서인 경우도 많다"며 "대구만이 아니라 경산·김천·구미 주민까지 와서 쇼핑 수요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환승센터는 사업비가 수천억 원 규모라 지자체가 단독으로 하기 어렵고 민간 투자를 끌어와야 한다"며 "민간이 들어오려면 수익성이 나야 하고, 그러려면 그만큼 배후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구 10만 남짓인 안동 같은 곳에 대형 복합환승센터를 지으면, 인근 주민은 편하겠지만 그걸 지속할 수익성을 낼 수 있느냐는 다른 얘기"라며 "지방 중소도시에서 대규모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광주송정역과 유스퀘어는 사람이 모이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며 "단순히 똑같은 상업시설을 넣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광주송정역, 상업시설 대신 'MICE'를

임광균 송원대학교 철도운전경영학과 교수. 2026.7.15 / 철도경제
전문가들은 '지역 맞춤형' 복합상업시설을 강조했다.
임광균 교수는 광주송정역에 필요한 것으로 기본적인 교통 기능 보강과 함께 '마이스(MICE·회의·전시)' 기능을 꼽으며 "지금 역에는 회의할 공간은커녕 카페 하나, 작은 식당 등 3개 정도밖에 없다"며 "상업·문화는 도심 쪽에 맡기고, 역에는 회의·업무를 지원하는 시설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근거는 바로 옆에서 추진되는 초대형 투자다. 인근 광주 군공항 부지에 삼성전자가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예고했다.
임 교수는 "거대한 공장이 들어오면 이를 방문하는 비즈니스 미팅이 많아질 것"이라며 "빠르게 이동하고 회의도 할 수 있는 마이스 산업과 연계된 시설이 꼭 필요하다. 여기에 호텔 기능 정도만 더해지면 삼성 투자와 발맞추는 콘셉트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유스퀘어와의 연결도 무작정 대형 교통수단을 투입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주문했다. 임 교수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별도 교통수단을 넣기보다, 광주송정역과 유스퀘어를 곧장 잇는 셔틀버스를 짧은 간격으로 운행하는 게 이용자에겐 훨씬 낫다"고 제안했다.
부전역은 '도서관·MICE'…부산의 선택

정태교 부산시청 교통혁신과 주무관. 2026.7.10 / 철도경제
지금 복합환승센터를 본격 추진하는 곳은 부산 부전역이다. 방향은 광주와 다르다. 부산은 상업시설 대신 도서관과 마이스 시설을 앞세우고 있다.
부전역 복합환승센터는 지난해 국정과제로 선정돼 현재 2028년 착수, 2034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정태교 부산시청 교통혁신과 주무관은 "부전역은 부산 지도의 거의 중심에 있고 유동인구가 많다"며 "단순히 지나가는 역이 아니라, 머무를 수 있는 앵커 시설을 넣어 광역철도 복합환승센터 역할을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는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전역 이용객은 2024년 대비 2025년 220% 급증했다. 하지만 역 안에는 카페와 편의점, 식당 정도만 있어 시설이 부족하다.
넘어야 할 벽도 있다. 이 사업은 2010년에도 민간사업자 공모로 추진됐지만 경제성 분석(B/C)이 낮아 무산된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지금이 사업을 되살릴 적기로 본다.
정 주무관은 "가덕신공항과 인근 시민공원 개발이 2034년쯤 마무리된다"며 "그때 부전역 복합환승센터를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합환승센터, 지자체 혼자선 못 한다"

부전역. 2026.7.10 / 철도경제
전문가들이 짚은 마지막 문제는 '재정'이다.
임광균 교수는 "국가철도망 계획은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서로 노선을 넣겠다고 달려들지만, 환승센터를 공약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재정 투입이 워낙 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합환승센터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은 5~10%에 그치고, 나머지는 지자체 몫이다.
임 교수는 "수도권을 빼면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크게 떨어지는데, 정부 지원 5~10%만 받고 수백억 원짜리 환승센터를 짓기는 어렵다"며 "도시철도는 정부 지원이 60%인 것과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환승 편의를 진짜 높이려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지자체 재정 투입 비율을 낮추고 국비 지원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경택 박사도 "복합환승센터는 사업비가 수천억 원 규모라 지자체가 단독으로 하기 어렵고, 민간 투자를 끌어와야 한다"면서도 "다만 민간이 들어오려면 그만큼 수익성이 나야 하고, 결국 배후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승윤 기자, 곽나영 기자, 문예은 기자
[출처 : 철도경제신문(https://www.redaily.co.kr)]